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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성당
 강인한    | 2014·05·10 07:08
여객선 침몰 사고를 제재로 한 시를 꼭 한 편 더 써야겠다고 맘먹고 있었습니다. 두세 줄만 끼적이고 붓방아를 찧으며 두 주일이 그냥 지났습니다.「맹골수로의 아이들」이라 제목을 붙이고 쓰는데 영 삐걱거리고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우연히 “구해주지 못해 미안해, 난 못난 음악가”란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드뷔시의 「가라앉은 성당」이라는 음악, 들어보진 못했지만 꼭 맞는 열쇠를 얻은 것 같아서 나는 그 제목으로 단숨에 졸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_ 강인한.

ps. 조은아 선생.
     훌륭한 음악가 한 분을 알게 돼 반갑습니다. ^^
     여유 있는 시간에 제 카페 한번 찾아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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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성당

    강인한




물살 빠르게 휘도는 골짜기
맹골수로 저 아래에 모로 누운 거대한 여객선은
우리들의 성당이어요.
여기 따뜻한 슬픔의 휴게실은 우리들의 주소이고요.
머리카락에 붙은 부연 소문들
날마다 시린 무릎에는 퍼런 전기가 흐르지만
착하고 고운 지영 언니
당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거짓말을 감추려 또 거짓말을
입술에 검게 칠하고 늑대들과 사는 여자는 참 불쌍해요.
한라산에 철쭉은 어디만큼 왔나
나비 앞장 세워 찾아가는 길,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천천히 종탑의 층계를 오르는 동안
은빛 갈치 살같이 달려가는 그 골짜기로 봄이 오겠지요.
기다리던 답장이 오고, 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져
끝없이 소라고둥처럼 내려가는 단조의 층계
야자나무 잎사귀에서 호두나무 가지로 건너가는
별 하나, 별 둘,
가만히 있어요, 가만히 있어요.
눈 감고 가만히 기다리는 다영이, 수찬이, 차웅이
손 내밀어 봐, 별 모양 귀여운 불가사릴 줄게.
오라고,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볼우물 예쁜 최샘,
집게발 높이 들고 옆걸음 치는 꽃게들, 뽀글뽀글 피워 올리는
물방울 카네이션은 엄마한테 우리가 띄워 보내는 사랑이에요.
아, 우릴 부르는 저녁 종소리……
엄마 이제는 가셔요, 울지 말고 이제는 집에 가셔요.
            

(2014. 5. 8)

훌륭한 시 감사합니다. 몇번이나 낭독해 읽었습니다..^^

14·05·1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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