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hopiano 피아니스트 조은아 :: - Essayist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 2019·09·18 01:14 | VOTE : 5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

고양이에게 종종 묻는다. 두둥아,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어느 생에 우리 만난 적 있지 않았니? 그럴 때마다 고양이는 깊은 응시로 말없이 대답한다. 어느덧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침묵의 눈길. 영혼을 울리는 느낌을 나는 그로부터 가장 강력히 배웠다.

훗날 세상을 떠나 신을 만나게 된다면 꼭 청하고 싶은 소원도 있다.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알아듣지 못해 애가 타던 수많은 장면들, 그의 비언어적 표현을 뒤늦게라도 이해하고 싶다. 한 가지 더 가능하다면, 나의 고양이가 인간으로 태어났던 때 그 얼굴을 마주보며 인간의 언어로 인사하고도 싶다. “너였구나. 그럴 줄 알았어.”

데이비드 미치의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는 이제껏 인간중심적 세계관에 사로 잡혔던 나의 독서목록에 산뜻한 균열을 일으켰다. 저자는 반려동물과의 비언어적 소통에 주목하며 명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은 소란스런 문명에서 마음의 고요를 상실했다. 그러므로 다른 존재의 마음을 읽는 능력 역시 퇴화해 버렸다. 그와의 영적교류를 위해선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가라앉혀 다른 존재가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때 타고난 명상가인 반려동물은 누구보다 든든히 이 수행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연과 가까이 살며 더 고요하고 더 알아차리는 삶’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소란스런 잡념을 뿌리쳐 판단하지 않은 채 온전한 집중을 훈련하다보면 내면의 빛과 평화에 가닿을 수 있다 한다. 저자가 가르쳐 준대로 고양이를 옆에 두고 몇 가지 명상을 따라해 보았다. 반려동물은 명상하고 있을 때와 그냥 앉아 있을 때를 명확히 구분한다는데, 그도 그런 듯 보였다. 평소보다 한층 더 애달피 앵기며 생초짜 명상의 얄팍한 깊이를 뒤흔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아직은 그도 나도 갈 길이 멀다.

불가에서 전하듯, 사랑은 다른 존재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고 자비는 다른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벗어나는 마음이라면, 내 옆의 반려동물은 이를 몸소 실천해 보이는 위대한 선생과 다름이 없다. 이제는 딱딱한 화석처럼 퇴화해버린 내 안의 말랑말랑한 성정들, 이를테면 가장 친절하고 선한 모습을 그는 끊임없이 발굴하며 끌어내준다.

여느 집사와 마찬가지로 나역시 ‘쪄쪄쪄 증후군’에 시달린다. 우리 두둥이, 밥 맛있게 먹었쪄, 혼자 기다리느라 심심하지 않았쪄, 낮잠은 달콤했쪄, 화장실 시원했쪄, 너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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