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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모 벤스케는 왜 바이올린군을 양쪽 날개로 분리했을까
| 2020·02·17 01:57 | VOTE : 19

<오스모 벤스케는 왜 바이올린군을 양쪽 날개로 분리했을까>

4년 동안 공석이던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을 새롭게 맞이하는 공연이 열렸습니다. 지휘자 벤스케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통해 취임 일성을 만방에 선포했죠. 청중들의 반응을 살피자니 우선 현악기의 독특한 배치를 인상적이라 언급하더군요.

벤스케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좌우 날개로 분리해 앉혔습니다. 이 유럽식 배치는 말러 연주에 있어 과감한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개의 지휘자는 바이올린군의 협력을 북돋기 위해 절충식 혹은 미국식 배치를 선호하니까요.

영상으로 확인해 봐도 클라우디오 아바도/정명훈/파보 예르비/구스타브 두다멜 등은 비올라 파트를 오른쪽 날개에 앉힌 절충식 배치를, 레너드 번스타인과 마리스 얀손스는 높은 음역에서 낮은 음역을 시계방향으로 돌린 미국식 배치로 공연해 핵심 선율을 가장 빈번히 담당하는 바이올린군의 결속을 흐트러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벤스케는 왜 유럽식 배치를 선택했을까요. 그 열쇠는 악보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이요.

작곡가는 3악장 스케르초의 마무리에서 한줄기 동선으로 잦아드는 선율을 굳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에 따로 갈라놓습니다. 여느 작곡가라면 한 파트로 일관되게 기보했을거에요. 서로 맞추기도 어렵거니와 음량(p,pp)이 작아 연주효과도 그만큼 뚜렷하지 않거든요.

품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스코어링을 두고 작곡가는 이렇게 항변합니다. “이어지는 음표들에 입체적인 굴곡을 주고 싶을 때 단원들의 연주력에만 의지하지 않습니다. 한 파트가 연달아 연주하기보단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해체해 나눠버리죠.”

이렇듯 분리된 선율을 제대로 연주하려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좌우 날개에 갈라놓아 공간감을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전체 작품에서 그 비중을 생각하면 품이 많이 들고 위험부담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말러의 까탈스러운 관현악법을 충실히 구현한 오스모 벤스케의 음악관이 이렇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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