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hopiano 피아니스트 조은아 :: - Essayist

북북동
| 2020·03·16 12:21 | VOTE : 52
연습실 창은 북북동 방향으로 나있다. 식물이 자라기엔 영 창백한 볕이 아닐수 없다. 물을 붓는 것 외에는 화초의 섭생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늘 애지중지하는 편이다. 식물에게도 정령이 있는지 내가 독기를 뿜어 비실거릴땐 그들도 똑같이 시름시름 앓는다.

어떤 화분은 파출소 계단 밑 몰래 두고간 미아마냥, 현관 문앞에 떨궈진채 인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대개는 작년 봄 화원에 함께 들러 새로이 분을 갈아 입양한 화초들이다. 화원의 청년은 시든 화초를 단번에 내치지 못하는 나에게 이만큼 키운것도 기특하다며 충고했다. 식물은 화원에서 데려갈 때가 가장 찬란히 아름답다, 그러니 새로운 화초로 어서 분을 갈아라.

화분만 그대로 남긴채 시든 식물을 내치고 새로운 식물을 입양한지 어느덧 일년이 지났다. 다시 화원에 이들을 데려간다면 청년은 여전히 분을 갈라 영업을 할까. 북북동향에서 이만하면 잘 버티었다, 내치지 않아도 되니 계속 키워보라는 칭찬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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