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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스 라줄리
| 2022·07·17 18:54 | VOTE : 4
<예썰의 전당> 녹화를 하다보면 종종 음악과 관련 없는 분야도 전달해야 될 때가 있다. 베네치아 편에 등장한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가 그랬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푸른 색감의 원료가 되었던 희귀한 광물을 일컫는데, 금보다 가격이 비싸서 예수나 마리아처럼 중요 인물을 묘사할 때나 활용되었다.

청금색의 라피스 라줄리는 빛 저항성이 뛰어나 반사하지 않는다. 대신 깊은 바다처럼 강렬하고도 진지한 몰입을 이끈다. 그래서 사람들은 라피스 라줄리로부터 추출한 물감에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s Blue)’라 이름 붙였다. 워낙 고가의 안료여서 이 색을 그림에 얼마나 칠했냐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결정될 정도였는데,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티치아노는 빛과 색채의 대가답게 울트라마린의 감청색을 찬란히 활용했었다.  

녹화를 앞두고 이런저런 공부를 하던 중, 라피스 라줄리의 시세가 르네상스 시기만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14세기보단 고도로 발달한 채굴과 유통, 물류 덕택인 듯 했다. 해서 새끼 손톱마냥 쪼만한 크기의 목걸이를 물경 3만8천5백원에 과감히 주문해 보았다.
녹화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도착한데다 촬영 당시 배정된 의상도 울긋불긋 주황이라 이 심오한 색감과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라피스 라줄리는 라피스 라줄리였다. 조그만 장신구에서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색감을 발견할 수 있으니 느낌이 각별했다. 번쩍거리는 화려함 없이 불투명하고 소탈한데도 이 목걸이에 자꾸 애정이 간다.  

오늘 밤 10시30분 KBS 1TV <예썰의 전당>에서 라피스 라줄리, 베네치아의 푸른 색감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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