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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향신문: 조은아의 내 인생의 책 (5)
| 2018·10·22 17:12 | VOTE : 74
[조은아의 내 인생의 책]⑤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도정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

저자의 뒷모습을 가까이에서 물끄러미 바라볼 기회가 많았다. 머리가 참 무거워 보였다. 보통 사람보다 중량이 몇 배는 더하지 않을까. 둥글게 굽은 등과 느릿한 발걸음도 다 두뇌의 묵직한 하중 때문이라 생각했다. 간혹 대화를 나눌 때면, 저자는 주로 묻고 나는 대답을 찾기 위해 버벅거리는 식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단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단 이런저런 생각을 촉발하는 질문의 힘”을 그때 깨달았다.

저자가 문학에 대해 서술한 문장을 만났을 때, 나는 주어를 예술로 바꾸고 싶은 불경한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정말 내 생각인 양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예술이란 인간이 경험하는 추락과 상처, 상실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예술은 추락을 무의미한 낙하가 아니라 상승으로 바꾸어주는, 즉 하강이 동시에 상승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연주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낙담할 때마다 나는 이 문장으로 다시 상승을 꿈꿨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 ‘소리 없이 엎드려’ 있었다고 한다. 쉰 살이 넘어서야 대외적 글쓰기를 시작했고, 스스로 ‘게으른 뼈다귀’라 일컫지만 사유의 깊이는 뼈저리게 사무친다. 드디어 주어가 ‘예술’인 문장을 만났다. 나는 또 다른 전파를 위해 한 음씩 마음에 새겼다. “예술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내 울타리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빗장을 열어 타자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 껍질을 깨고 가슴을 여는 예술은 가장 위대한 인문학적 경험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72343005&code=960205#csidx74e98c6a8809ccb9968d187ae2559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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