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향신문: 조은아의 내 인생의 책 (3)

| 2018·10·22 17:09 | VOTE : 45

[조은아의 내 인생의 책](3)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과학의 재앙을 피하려면

카이스트에서 서양음악사를 강의한 적이 있다. 그때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만났다. 내용은 잔잔하고 평화로웠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머리와 가슴에 강렬한 후폭풍이 일렁였다. 지구의 생태적 보존을 위해선 특히 과학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란 조바심까지도 들었다.

급기야 수업 과제를 변경하기까지 했다. 음악회 감상문을 이 책의 독후감으로 대체해도 좋다고 선언한 것이다. 학생들은 대뜸 난데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속가능한 발전’, 그에 대한 맹신을 근원부터 헤아려보자고 고집을 부렸다.

<오래된 미래…>는 그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마을 라다크에서 16년간 머물며 자발적인 가난을 몸소 체험한 저자는 공동체적 삶과 자연의 조화를 오래된 삶으로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 일변도의 신자유주의는 결국에 환경 파괴의 재앙을 재촉할 것이며, 나아가 인류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가 담겨 있다.

학생들에게 이 책의 열독을 요청했던 것은 과학의 기능적 발전에만 매몰되지 말자는 각성 때문이었다. 그중 한 학생의 독후감이 지금까지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해가 갈수록 극심해져 가는 미세먼지와 이상고온을 접할 때마다 우리 후손이 과연 옥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과학의 발전은 정작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있지 않은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52248025&code=960205#csidx22a8ea949db6603abaa9c9012609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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